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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stellation of Moon #1 -마녀 루나-

이야기 2008. 3. 11. 17:42

사용자 삽입 이미지#1 witch Luna -마녀 루나-



붉은색의 두번째 달이 떠올랐다.

5년 주기로 뜨는 두번째의 달 중에서도 유난히 드문 붉은 달은 레피나트의 지평선에도 예외 없이 나타나 
영토 중앙에 위치한 어둠의 숲 프레디아를 붉게 물들였는데

버림받은 영토의 그 경이로운 광경은 누구의 감흥도 불러일으키지 못한 채 천천히 진행되고 있었다.



 
프레이디아 숲 가장 깊은곳의 오두막..
1년 전, 빛의 마녀 에이프네가 '다녀오겠다' 라는 말만을 남기고 떠난 지금, 두번째 달이 뜨는 날의 마녀회합에 자신이 가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는 루나였지만 밤새 어린 도깨비 녀석들의 불장난을 뿌리치느냐 녹초가 된데다 종자올빼미 야쿠마저 최근 바람이 나 달의 주기를 까맣게 잊고 있었다.
그렇기에 루나는 두번째의 붉은 달을 발견하곤 그것이 만들어내는 광경엔 신경 쓸 틈도 없이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자신의 지팡이에 장거리 이동마법의 주문을 걸기 시작했고, 그와 동시에 어린 도깨비들과 바람난 야쿠를 향해 ‘친절한? 저주’를 퍼부었다.

하지만 다행히도 루나의 그 '친절한 저주'에 주술의 효과는 없었는데, 이는 '마법이란 불을 지피고 빗자루로 비행하는 정도면 족하다.'라는 루나의 생활 편의주의 마법관과, 언젠가 단 한번 시도했던 저주의 결과가 엉뚱했던(자신의 팬케잌을 다 먹어버린 고양이 꼬리를 두개로 만들어 버림)경험이 합쳐졌기 때문이었다.
물론, 주술의 효과가 없다는 것의 최대 수혜자는 어린 도깨비들과 어딘가에서 한참 연애에 집중하고 있을 올빼미 야쿠일테지만.

어찌되었든 루나는 부족한 말재주로 아무말이나 생각나는대로 악담을 구사하느냐 꽤나 많은 시간을 허비 하면서도 길잡이 매 래스와 자신의 빗자루에 필요한 주문은 매우 능숙하고 빠르게 끝냈는데
이는 스스로의 마법관대로 생활마법엔 매우 능숙했기 때문이었다.

준비를 마치고 오두막을 나선 루나는 두개의 달이 만들어내는 아름다우면서도 음산한 광경을 바라보며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두번째 달에 노을까지...밴시들이 좋아하겠군.."

하지만 밴시라는 단어에 자신도 모르게 소름이 돋는 걸 느낀 그녀는, 털어내듯 머리를 도리질하며 자신의 빗자루에 올라 비행을 위한 주문을 익숙하게 외웠다.

*

나이든 길잡이 매 래쓰의 안내를 받으며 하늘을 빠른 속도로 날아가는 루나의 머리 속은 어느새 밴시라는 말은 사라진 대신 온통 바람난 올빼미 야쿠로 가득 차 있었다.

그녀는 마녀들의 사원에 도착하는 대로 흰색올빼미가 지저분해지면 회색이나 갈색 올빼미들보다 훨씬 보기 흉해진다는 사실을 아무도 말해주지 않았다는 사실과, 마녀 의회에 지각한 것도 야쿠가 바람이 나서 가출했기 때문이라는 것을 항변하여 이참에 올빼미 재발급을 요청해볼까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종자올빼미는 그 수명이 다하기 전에는 절대 가출 같은 말도 안 되는 사유로는 재발급을 해주지 않는다는 사실과 야쿠가 단지 흰색이라는 이유만으로 교육도 채 마치지 않은 것을 우겨서 데리고 온 것이 자신이라는 사실을 떠올리곤 조금은 우울한 기분을 느꼈다.

결국 올빼미 재발급은 불가능 하다는 것을 깨달은 루나는 자신이 마음만 먹으면 야쿠에 대한 저주를 성공시킬 수 있다는 믿음을 근거로 야쿠가 정말 돌아오지 않는다면 울음소리를 '바람둥이'로 만들어 버려야 겠다고 결정을 하였다.
그러나 그런 터무니없고 황당한 저주는 레피나트 대륙의 마지막 귀환자를 잠들게 한 빛의 마녀 에이프네 에게도 불가능한 것이었다.

그렇게 루나가 이런저런 잡생각과 공상에 빠져있는 사이, 이내 마녀들의 사원이 나타났고 나이 먹은 노련한 길잡이매는 목적지에 다 왔다는 뜻으로 낮게 하강하며 공중에 우아한 원호를 그렸다.


루나는 그 우아한 모습에 다시 한번 야쿠를 떠올리곤 한숨을 쉬었고,
사원으로 향하는 마녀가 자신밖에 없음을 확인하고 지각이라는 확신에 또 한번 한숨을 쉬었다.


EX

디지털아트/

4040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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