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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gur Ros - 분류할수 없는 마음속의 울림

음악 2007. 12. 15.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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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바람이 자켓 사이로 파고드는 새벽, 조금은 서늘한 기분으로 세종문화회관을 지나 종로까지 발걸음을 옮긴다. 이내 반짝이는 네온사인들이 나타나고 경쾌하게 지나치는 자동차의 불빛들이 반갑다.

매년 이맘때면 마주하는 크리스마스 조명에선 따뜻한 온기가 느껴지는 듯 하고, 지나치는 사람들의 모습에선 그네들의 이야기가 들리는 듯 하다. 빵 봉지를 든 손에서는 어딘가의 가족들이 보여 미소가 번지고, 서럽게 흘러내려 눈 화장을 망치는 누군가의 눈물엔 가슴이 찡해지기도 한다.

*

Sigur Ros- 이들의 음악을 내가 처음 접한 것은 영화 '바닐라 스카이'에서였다. 뭔가 잔뜩 움추려 있던 당시의 나는 이내 이들의 음악에 동요되었는데 그것은 마치 담담하게 이별을 하고 돌아서던 길목 어딘가에서 마주한 풍경과도 비슷하고 늦은 새벽 문득 쏟아지던 무언가와도 비슷했다.

 

 

이들의 음악은 언제나 천진하고 어린 샤먼같은 느낌, 대중음악으로서의 반경을 이루는 문지방위를 슬쩍 즈려밟으면서 지금보다 한 걸음 앞에서 보이는/보이게 될 지평을 새롭게 보여주는 느낌을 선사한다. 그러면서도 언제나 위엄과 어떤 숭고함을 잃지 않는 것이다. 음악에서 진정 스펙타클을 논할 수 있다면, 시규어 로스야 말로 '랜드스케이프'를 '사운드스케이프'와 동기화 할 수 있는 몇 안되는 팀 중 하나일 것이다.

 


조금은 난해한 Sigur Ros의 음악을 정의내리기엔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의 음악을 들을 때면, 나는 겨울새벽 얼어버린 손으로 얼굴을 감쌀 때의 느낌이나, 앙상한 가지사이를 지나는 바람의 소리, 겨울밤의 대기와 함께 흘러가는 검은색의 구름 등을 떠올리곤 한다.
어쩌면, 내가 느끼는 모든 것들과 그들의 음악은 이곳과 아이슬랜드 만큼 동떨어진 것일지도 모른다. 
누군가의 손에 들린 빵봉투엔 낡은 서류뭉치가 들었을 지 모르며, 가슴 시리던 누군가의 눈물도 취중의 의미없는 '주사(酒邪)'일지도 모르니까.

하지만 그런 것들은 중요하지 않다. 그네들의 이야기가 사실이 아닐지라도, 크리스마스 조명에 온기따위는 없을지라도 그네들의 모습과 이들의 음악이 내게 분류할 수 없는 울림을 주었던 것 만은 사실이니까.

 

***

 

 





Untitled #1

 

어느 새 나는, 더 이상 겨울 새벽 네온사인 아래를 거닐지 않으며 누군가의 눈물에, 누군가의 이야기에도 귀 기울이지 않는다.
그렇게 많은 것들이 변하고 또 많은 것들이 사라졌지만,

그들의 음악은 여전히 겨울밤의 대기와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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