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와 그녀의 고양이

음악 2008. 7. 7. 02:32


 



‘별의 목소리’  ‘구름의 저편, 약속의 장소’  ‘초속5cm'로 유명한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단편 애니 이다.

1999년에 만들어졌고 내가 접한 것은 2002년 쯤인가 동아리에서 였는데, 당시 이 짤막한 애니는 내게 신카이 마코토 감독을 각인시킨 것으로 기억한다.

5분 남짓한 이 영상은 사실 따지고 보면 일상을 너무나 편안하게 있는 그대로 담아내고 있기에 반전이라거나 코끝이 찡해지는 감동 같은 것은 가지고 있지 않다.
하지만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작품답게 삶에 대한 따뜻한 시각을 5분이라는 짧은 시간동안에 엿볼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인데, 위에 열거한 신카이 마코토의 작품들을 보지 못한 이라면 짧은 시간을 할애함으로서 감독의 감성적 메세지를 읽을 수도 있는 것이다.

물론 이 애니는 고양이 ‘쵸비’의 시선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고, 그 세상이라는 것은 때론 힘들고 고통스럽지만 마음을 나눌 상대가 있다면 살아갈 가치가 있다는 감독의 메세지와,  그것이 주는 위로와 위안이 핵심이겠지만. 사실 내게 이 애니가 각인된 것은 감독의 그런 따뜻한 메시지 보다는 5분이라는 시간동안 그가 그려낸 ‘일상’ 이었다.

신카이 마코토의 목소리와 빗소리로 시작하는 이 애니는 5분이라는 시간동안 우리가 살면서 지나쳤던 소리와 풍경들을 그려내고 있는데, 잔잔하고 아름답게 담아낸 일상에서의 빛의 흐름이나 계절의 변화, 풀벌레소리와 바람소리 같은 것들은 바라보거나 귀 기울이지 않았을 뿐 너무나 당연하게 주위에 존재해왔던 평범한 우리의 일상인 것이다.

물론 감독이 5분동안에 그려낸 것은 세상의 극히 일부분에 불과한 것이지만.
그 일부에 불과한, 우리가 쉽사리 놓치고 사는 세상의 부분들을 보고 듣고 있노라면 이 세상이라는 건, 있는 그대로 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답고 살만한 것이라는 생각마저 든다.



이렇게 글을 써놓고 보니 무척이나 늦은 시간이지만, 집앞으로 나가서 잠깐 걷고 싶어졌다.


아마도 지금 같은 기분이라면 낮은 풀벌레 소리나 누군가의 발자국 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세상은 행복한 곳이라고 여겨질지도 모를 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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