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day September . 17

일기 2010. 9. 17. 2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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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눈을 뜨고 보니, 언젠가 모든 이들을 꿈속에서 밖에 만날 수 없게 되는 건 아닐까. 행복한 관계란 잠든 세상에만 존재하는 건 아닐까. 그렇게나 막연히 슬퍼졌다. 나란 사람이 별로 매력적이지 못한 것은 알고 있다. 친해지기도 또 가까이 지내기도 조금은 불편한 사람인 것도 같다. 곁에서 느껴지던 사람들은 어느새 어떤 시간을 떠올릴 때만 존재하게 되었고 그 기억들은 시간이 흘러감에 그 유속만큼이나 아득한 것이 되었다. 물론 누구나 외롭다 하지 않겠느냐마는, 가끔은 더 외롭고 더 힘들게 느껴지는 것은 지금의 모든 것들 역시 어느새 사라진다는 것을 문득 느끼기 때문에, 아마도 그럴 거라 생각한다. 언제쯤 사라지게 되며, 언제쯤 무뎌지는 걸까. 이런 생각들은 무서워하고 괴로워하는 사이 생각의 주체 그 자체가 사라지고, 남는 것은 두려움이나 불안, 가슴 아픔, 그런 것들뿐이다. 결국 지금은 간신히 붙잡고 있을 뿐, 언젠가 사라져 버린다면 언제 사라져버린 지도 모른 채, 얼마의 시간을 산 후에 문득 꿈에서 깨고서야 알게다. 기억은 남고 감정은 무뎌진다. 그렇다고들 말하고 또 그것을 믿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그 반대일 거라는 생각이 든다. 기억이 사라진 곳에 남아있는 감정이란 막연히 이유도 모른 채 아련하고 또 손에 잡히지도 않을 만큼 멀게만 느껴지며, 아프거나 슬퍼도 그것이 어디 즈음인지 기억하지도 못한다. 웃기위해 누군가를 찾고, 잔뜩 지칠 때까지 공허한 시간들을 보내고, 헤어지고, 또 누군가를 찾고, 또 다시 웃고. 그것은 마치 말라가는 아디안텀에 스포이드 영양제를 꽂는 것처럼 시들었던 이파리에 잠깐의 생기를 부여할 뿐 한번 오그라들기 시작한 것들은 끝내 원래로 돌아오지 못한다. 잠시 생기를 찾고, 다시 서서히 시들고, 어느새 그 주기가 짧아진 아디안텀은 다시 생기를 회복하는 그 주기의 일부를 포기해  어느 날 문득 눈을 떴을 때. 또 다른 이별이 느껴져 아프거나 슬퍼도 그 이별의 시작이 어느 즈음인지 기억하지 못한 채 그렇게 또 하루를 살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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