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April. 25

일기 2009. 4. 25.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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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마들렌느 과자는 마치 가리비 조개처럼 긴 홈이 나 있는 틀 안에 넣어서 형체를 떠낸 것처럼 보였다. 이내 나는 고단한 하루를 보내고 내일도 서글프기는 마찬가지리란 생각을 하면서 기계적으로 마들렌느 과자 조각을 적신 홍차 한 술을 떠서 입에 가져갔다. 그런데 과자 섞인 홍차가 내 입 천장에 닿자마자 내 몸이 부르르 떨리면서, 내 안에서 일어나는 심상치 않은 뭔가에 저절로 주의를 기울이게 되었다. 무슨 일인지 전혀 종잡을 수 없는 가운데, 감미로운 느낌이 나를 찾아들고 따로 떼어 놓았다. 느낌이 어찌나 강렬하던지 마치 사랑이 그러하듯 나를 소중한 정수로 가득 채움으로써 삶 자체가 하찮아 보이고, 삶이 안겨 주는 온갖 어려움이 아무렇지도 않으며, 인생의 덧없음이 무시해도 좋을 듯 느껴졌다. 그 정수는 내 안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나 자신이었다.

A la recherche du temps perdu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 마르셸 프루스트


'기억'이라는 것에 대하여 어떻게 이렇게 섬세하게 가치를 부여할 수 있었을까.. 가슴이 쿵쾅거려 미칠 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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