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에산다 - What if

음악 2008. 5. 27. 21:42


Simple Plan - What if



약속없던 주말저녁, 시간이 좀 나 스타나 볼 요량으로 켜둔 케이블이 마침 광고 시간인데, 눈에 들어오는 광고가 있다. 야구 광고 같은데 실제 선수들의 영상만 나오는 걸 보니 게임 광고는 아닌 것 같지만 그런 것이 문제가 아니다. 삽입곡을 들으니 분명 어디선가 들은 목소리 인데 도무지 생각이 나질 않는 것이었다.

몇일 후,
꽤 먼곳까지 갔음에도 준비도 없이 무미건조하게 진행되었던 미팅때문에 조금은 지쳐서 일찍 잠자리에 들었는데 스르르 눈이 감기던 즈음 난데없이 그 광고의 삽입곡이 떠올랐다. 분명 익숙한 목소리였기에 '언젠가 생각이 날거야'라며 넘어갔는데 아직까지도 누군지 떠오르지 않았던 것이다. 타이타닉처럼 몸은 서서히 가라앉는데도 멜로디가 머릿속을 떠나질 않는것이 마치 목에 가시라도 박힌 것처럼 찜찜하다. 결국 침대를 박차고 일어나 컴퓨터가 있는 방으로 향했다.

컴퓨터 부팅이 되기까지 찬물 한잔을 마시고 앉아 음악 폴더를 뒤져보니 예전에 음악방송을 했던 탓에 pop과 rock으로 분류해둔 곡만도 꽤 용량이 크다. 그래서 인터넷에 가사로 검색을 해보려니 I'll be waiting here, for you to call me~ 까지만 확실히 기억이 나고 what if change world~ if I lead the way~ 이후는 멜로디 밖에는 도무지 생각이 나질 않는다.
결국, 뻘쭘하게 기억나는 가사만 넣고 검색해 보니 예상했던 대로 Right here waiting만 수도없이 나오는데 리차드 막스는 이곡으로 앞으로 백년은 더 울궈먹겠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

그래도 침대를 박차고 나온것이 아까워 포기하기하지 못하고 광고 동영상들을 검색 해 보는데 내가 본 광고는 나오질 않는다. 그나마도 검색 하다보니 내가 봤던 광고가 야구였는지 축구였는지도 가물가물 하고 게임광고인지 아닌지도 기억이 나질 않으니 이 얼마나 놀라운 기억력인가! ㅠ ㅠ


***


오늘 대학교 동기 녀석이 전화를 했다. 이런저런 사는 얘기도 하고 사진 때문에 이것저것 물어와 대답해 주다가 자연스레 주제가 영화와 음악쪽으로 넘어가는데 이녀석이 묻는다.

“노맨하고 심플플랜 음반 나왔는데 들어봤냐?”

“아니, 심플플랜은 알겠는데 노맨은 누구였더라?”

“바보, 저번에 내가 시디 빌려줬었잖아 까먹은거?”

“그런가 보다. 하하- 들을 만 해?”

“응 그런데 라이센스 소식은 없는 것 같던데?”

“인기가 없나?”

“너같은 놈들이 많아서 그래”

“내가 왜?”

“빌려서 듣잖아”

“직수입으로 사는 너는 괜찮고?”

“그거야 빠지는 곡들 때문에 사다보니 난 이게 편해진거지”

“난 니가 있어서 편해진거야”

“장난쳐?”
녀석의 어이없어하는 말투에 정말로 장난이 치고 싶어져 목소리를 깔고 대답해줬다.

“아니, 진지해. 평소부터 생각했는데 넌 너무 멋진 것 같아. 여자들 에게 인기도 많고, 돈도 많고, 얼굴도 잘생기고, 시디도 잘 빌려주고, 밥도..”

더이상 듣기가 괴로운지 녀석이 급하게 말을 자른다.
“그만!! 필요한게 뭔데?”

“둘다 ㅎㅎ”

“그럼 일단 메일로 보내줄테니까 듣고 있어 나중에 빌려줄게”

“알았어, 형~ ”

“대신 주말에 사진 누끼따는거랑 들어갈 배경 만드는것좀 도와줘”
 
“뭐야, 결국 일 시키는거야? 나 비싸.”

“도와주세요 형님” 
바로 형님소리가 나오는걸 보니 급한일인가보다.

“알았어 대신 고기사, 나는 소가 좋더라”

“광우병 때문에 난린데?”

“한우는 괜찮아 하하”

“내가 안 괜찮아”

“걱정마. 나 이제 예전처럼은 안먹어”

“알았어. 아무튼 주말에 전화할께”

“그래 전화해.”

그렇게 한우를 약속받고 전화를 끊었다. 그리곤 몇시간이 지나 메일 확인하라는 문자가 와서 메일함을 보니 곡을 보냈는데 용량 때문인지 앨범 전부는 아니고 몇곡만 보낸 것 같다.

‘짜식, 기왕 보낼꺼 다보내지’ 라고 생각하며 재생 시켜놓고 조금 떨어진 곳에서 다른 일을 하고 있는데, '맙소사!' 그토록 찾던 음악이 심플플랜 이었다니. 정말 이건 맙소사 라는 말밖에는 안나온다. 곡 제목을 보니 상상했던 I'll be waiting here는 아니고 what if 였다.

하던일을 팽개치고 다시 재생시켜놓고 보니 정말 이것도 우연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눈을 감고 비트를 느끼는데 보컬인 피에르 부비에의 시원스런 목소리와 함께 아무리 노력해도 기억나지 않던 광고의 영상이 자연스레 떠오른다. 공을 뿌리는 투수의 모습과 시원하게 안타를 날리는 모습, 그리고 슬라이딩 캐치하는 야수의 모습까지도.
'아~ 야구 광고였구나...'  

그대로 좀더 눈을감고 눈앞에 그려진 역동적인 영상을 느끼다가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서투른 문자를 찍었다.

"형이 갑자기 기분이 좋아졌다. 한우 대신 장어로 양보하마"


그리고 야구 관련 동호회와 까페 중심으로 광고를 찾는데 아니나 다를까 내가 봤던 광고의 영상을 올려놓은 게시물이 있다. 프로야구 2008시즌의 개막을 알리는 역동적인 광고.

한껏 야구장의 열기와 환호성을 느끼고 있는데 문자의 알림음이 들린다.



"야!, 요새 장어가 더 비싸다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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