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esday April. 28

일기 2009. 4. 28. 20:22
언제부터인가 아가씨는 달리고 있었다.
아가씨 뒤에 귀신이 쫒아오고 있었다.
그녀는 뛰면서 머리빗을 뽑아 던졌다.
빗은 귀신 앞에 험준한 산이 되었다.
귀신은 그 산 뒤에 가리워졌다.
그 사이에 아가씨는 멀리 달아났다.
 
이윽고 산꼭대기에서 귀신이 달려 내려왔다
그리고 다시 조금씩 아가씨는 따라 잡히게 되었다.
아가씨는 허리에 찬 주머니를 풀어 던졌다.
주머니는 연꽃이 피어 있는 못이 되었다.
귀신은 그 건너편에서 흙탕물에 빠지며 힘들게 건너오고 있었다
그 사이에 아가씨는 다시 귀신을 멀리 떼어놓을 수 있었다.
 
그러나 귀신은 다시 따라왔다.
아가씨는 이번에는 한 쪽 신발을 벗어 던졌다.
신발은 귀신 코에 맞고 거꾸로 떨어져 낭떠러지로 변했다.
귀신은 투덜거리며 조심조심 낭떠러지를 기어오르기 시작하였다.
그 사이에 그녀는 조금 달아났다.
 
끈질기게 귀신은 다시 아가씨를 따라 잡으려 했다.
아가씨는 저고리의 푸른 고름을 뜯어 던졌다.
그것은 큰 강이 되었다.
귀신이 뗏목을 찾는 사이에 아가씨는 다시 조금 더 달아났다.
 
이야기 도중에 어르신네가 찾았다. 한씨는 긴 담뱃대를 입에서 떼고는 서둘러 사랑방에서 나갔다.
그리고 서른해가 지났다 (중략)
 
그런데 오늘도 국토 어디에선가 아가씨는 달리고 있다.
몸에지는 모든 것을 버리고 벌거숭이로 외치면서 달리고 있다.
귀신은 계속 그녀의 머리카락을 움켜쥐려 한다.
 
어느 해에 가장 불행한 순간,
그녀는 마지막부분을 가린 천조각을 던지고 슬프게 땅에 엎드렸다.
 
천 조각은 바람에 펄럭이며 가까운 강바닥에 떨어졌다.
그것은 물이 되었다. 기슭에 넘쳐 뚝을 무너뜨리고 홍수가 되어 들을 메꾸었다. 배추밭을 메꾸었다.
소와 말을 메꾸고 유교의 애곡소리 서린 무덤을 메꾸었다.
무수한 인가는 물위에 떠 표류하고 지붕 위에서 손을 흔들며 이 세상에 결별을 고하는 손들을 싣고 바다로 흘러갔다.
 
- 마루야마 카오루, 朝鮮



나는 그녀의 자식이다.
하지만 나는 그녀를 사랑하지 않았고, 또 지금도 사랑하지 않는다.
그래서 아련하고 그래서 또 가슴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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