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에서

기억글 2010. 4. 17.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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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 잔해 속 그녀는 

누운 채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곤 차분한 목소리로
“여기 있는지 어떻게 알았나요.”
라고 말했다.


“그냥...”


순간, 무너져 내리는 소리가 다가와 우리는 잠시 서로의 눈을 마주보았다.
짧은 쇳소리를 마지막으로 이내 다시 침묵이 찾아왔고
공기중을 부유하던 먼지들도 천천히 가라앉았다.

“오랫동안 기다렸는데.. 얼마 남지 않았네요.” 

그녀의 목소리는 금새라도 사라져 버릴것만 같았다.


나는 조용히 그녀의 곁에 누우며 이젠 절대로 네 곁을 떠나지 않을 거야. 라고 생각했지만
말해줄 수는 없었다.
단지 나는 그녀가 덮고 있는 낡은 모포를 그녀의 목까지 끌어올리곤
그녀의 눈을 바라보았다.


천천히, 그리고 조심스레 움직여 그녀의 손을 잡았고
그녀는 그런 나를 바라보며 따뜻한 눈으로 웃고 있었는데
어느새 그녀의 눈이 자꾸만 감기는 듯 보여 겁이 났다.

짧고 위험한 쇳소리와 함께 불안한 진동이 가까워 졌지만
이제 더 이상 두렵지도 중요하지도 않았다.

내가 쥐고 있는 손
그 여린 손이 아프지 않도록
나의 손에 적당한 힘이 들어가게 신경을 쓰는 것.


그것만이 세상의 전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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